[경기경제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또다시 국민의 신뢰를 철저히 배반했다. 이번에는 공직 청렴성의 근간을 흔드는 ‘재산 부실 신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LH 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드러난 LH의 재산신고 위반 행위 17건이 모조리 인사규정상 가장 낮은 수위인 ‘견책’ 처분으로 솜방망이 처리된 사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견책은 서면으로 주의만 주는, 사실상 징계라는 이름의 면죄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중 4건이 과거에 이미 ‘경고 및 시정조치’를 받았던 상습범들의 소치라는 점이다. 공직자로서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법적 의무와 기관의 1차 경고조차 비웃듯, 이들은 본인 소유의 건물을 통째로 누락하거나 배우자와 부모의 가상자산, 채무 등 수십 개 항목을 은밀하게 잘못 신고했다. 한 사람이 무려 39개 항목의 재산을 부실 신고하는 등 적발된 금액만 수억 원에 달한다. 이것을 과연 단순한 '실수'나 '착오'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가. 부동산과 개발 정보를 다루는 LH 임직원에게 재산 등록은 투기 방지와 직무 청렴성을 검증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럼에도 과거 위반 전력이
[경기경제신문] 지자체 행정의 제1원칙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화려한 청사진을 늘어놓으며 치적을 홍보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개발의 이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LNG 배관 선로 공사’를 대하는 용인시의 행태는 행정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그것은 차라리 주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기만극’이자, 비겁한 ‘책임 뺑소니’에 가깝다. 본지는 지난 9월 29일, 용인시 처인구 양지읍에서 원삼면 발전소로 이어지는 LNG 배관 공사와 관련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청구한 내용은 엄중했다. 제일초, 좌항초, 원삼초, 원삼중 등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통학로와 주거 밀집 지역의 발밑을 관통하는 ‘초고압 가스관’에 대한 안전 대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초와 최종 노선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SK 측에 통학로 안전대책을 공식 요구하긴 했는지, 주민의 안전권과 알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지극히 정당하고도 시급한 질의였다. 그러나 용인시 반도체일반산단과가 내놓은 답은 경악스러웠다. 접수와 동시에 해당 청구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로 이첩해 버린 것이다. 도시가스사업법
[경기경제신문] 대한민국 경제의 대동맥이라 불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편에서, 대기업의 잔인한 경제 논리가 어린아이들의 목숨과 주민들의 생존권을 통째로 위협하고 있다. 공사의 주체인 SK하이닉스는 지금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원삼지역 좌항초등학교 앞 땅을 파헤치고 있는가. 국가 첨단산업 발전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아무 죄 없는 초등학생들의 통학로와 교실 바로 옆으로 폭발 위험이 도사리는 3만 배 압력의 LNG 고압배관을 묻는 막무가내식 공사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SK하이닉스 측의 태도는 대기업의 초법적 오만함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준다.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고압가스 배관을 매설하면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없었다. 철저히 주민을 배제한 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인 ‘깜깜이 공사’였다. 뒤늦게 항의하는 주민들을 향해 “미리 알렸으면 공사 시작도 못 했을 것”이라며 비아냥댄 SK 관계자의 발언은 이들이 지역 주민을 상생의 파트너가 아닌, 단지 치워버려야 할 ‘장애물’로 여기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법과 절차마저 무시한 이들의 막무가내 행태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
[경기경제신문] 실락원'을 쓴 밀턴은 매우 다정다감하고 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왕당파 부자의 가정에서 성장한 매리라는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매리는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친정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밀턴의 청교도적인 삶이 싫었던 것입니다. "나는 풍요롭고 자유분방한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밀턴의 엄격한 청교도적 삶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밀턴은 인내심을 갖고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2년 후, 매리는 밀턴에게 돌아와 눈물로 용서를 빌었습니다. 당시 매리의 가정은 완전히 몰락한 상태였습니다. 반면 밀턴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남편에게 돌아왔습니다. 밀턴의 불행한 신혼 시절은 '실락원'을 집필하는데 결정적인 소재가 됐습니다. 자신의 낙원을 잃음으로써 비로소 명작을 완성한 것입니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때로는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그러나 인내를 갖고 기다리면 반드시 그 열매를 수확합니다. 영국군이 전쟁에 참패를 당하여 거의 전멸되고 말았습니다. 몇몇의 잔여 병들이 모두 숲속으로 도망쳤는데, 그중 '부수' 장군도 함께 끼어 동굴 속으로 숨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에 참패한 것이 수치스
[경기경제신문]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았다.’ 지난 8월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던진 이 한마디는 1,400만 경기도민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전임 도정이 감추어 둔 7,700억 원 규모의 재정 구멍이 드러나면서 당장 10월부터 취약계층 돌봄과 산후조리비 같은 필수 민생 사업이 통째로 멈춰 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도청 전체가 간부급 인사를 동결하고 산하기관을 통폐합하며 ‘마른 수건 짜기’에 나선 것은 작금의 사태가 얼마나 엄중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그러나 정작 도민의 삶이 절벽 끝으로 내몰리는 이 초유의 재정 파탄 국면에서, 도정을 감시해야 할 경기도의회와 지역 언론이 보여준 행태는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그들은 위기를 경고하기는커녕, 도민의 혈세를 매개로 굳건한 ‘공생 카르텔’을 구축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권력을 감시하는 ‘watchdog(감시견)’이어야 할 지역 언론의 눈은 진즉에 멀어 있었다. 대다수 지역 매체가 도청과 산하기관이 뿌리는 행정광고 수입에 목줄이 잡혀 있다 보니, ‘최고 광고주’의 치명적인 재정 부실을 알고도 침묵했다. 전문적인 예산 분석 기사는 사라진 지 오래고, 대변인실 보
[경기경제신문] 194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노트르담' 미식 축구팀의 센터 포지션을 맡고 있는 프랭크 사만스키라고 하는 축구 선수가 어떤 민사 소송에 연루되어 증인으로 법정에 서야 했습니다. 판사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노토르담 미식 축구팀의 선수로 출전한 일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하고 사만스키가 대답했습니다. 재판장은 지긋하게 좀 비웃는 듯한 표정을 물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당신은 스스로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센터라고 생각합니까?" 이 청년은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역대 센터들 중 가장 뛰어난 센터라고 생각합니다." 방청객들은 적이 놀랐습니다. 그 자리에 왕 있던 노트르담 축구팀 감독은 더 놀랐습니다. '저 친구가 평소에는 아주 겸손하여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이 자리에서는 제가 최고의 센터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거야?'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재판이 끝났습니다. 감독이 이 선수를 데리고 나가면서 "자네, 평소에는 그렇지 않더니 오늘은 어떻게 '내가 최고다'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청년은 말합니다. "저는 재판장 앞에서 손을 들고 진실 외에는 말하지 않겠다고 선서했습니다.
[경기경제신문]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심상치 않다.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들어서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동일하이빌 파크밸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불거진 오염토 및 오염수 무단 반출 의혹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두 가지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나는 자본력을 앞세워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대기업 건설사의 오만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검증 의무를 팽개친 채 기업의 민원 해결사로 전락한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 행정이다. 시작은 공사 현장에서 악취를 풍기는 검은 흙과 오염수가 대량으로 실려 나간다는 주민들의 지극히 상식적인 의혹 제기였다. 현장은 꼭꼭 숨겨졌지만, 주변에서 포착된 사진 속 토사의 색깔과 고여 있는 오염수의 상태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정상적인 흙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토양환경보전법과 물환경보전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대한민국에서, 환경 오염과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면 언론이 취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지자체의 대응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관할 지자체인 용인시 처인구청은 현장을 방문하고도 자체적인 성분 분석이나 공인된 기관을 통한
[경기경제신문]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그리고 시민의 알 권리 충족은 언론 본연의 사명이자 의무다. 언론이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가장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사용하는 무기가 바로 ‘정보공개청구’ 제도다. 그러나 최근 용인특례시 공무원노동조합이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의 정보공개청구를 문제 삼아 업무방해와 공갈미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은, 대한민국 행정의 투명성과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용인시 노조는 13개 부서에 걸친 2,800여 건의 대규모 청구가 공무원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행정을 마비시켰다고 주장한다. 가히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묻고 싶다. 공공기관의 행정이 감추고 싶은 비밀이 없다면, 기자가 청구한 자료를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하면 그만인 일이다. 잘못된 행정이나 예산 낭비가 있다면 자료를 먼저 공개해 떳떳하게 소명하는 것이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다. 청구된 자료의 ‘양(量)’이 많다는 자의적인 잣대만을 들이대며 기자를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행태는, 불리한 자료 공개를 회피하고 비판적인 지역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재갈 물리기’이자 권력의 ‘길들이기’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