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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연합비상대책위원장,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한 위원장, “국가발전을 위해 그리고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바뀔 지역 발전을 위해, 고향의 과거와 미래를 송두리째 잃어야 하는 사람들의 피눈물을 SK는 부디 외면하지 말라”고 당부

 

[경기경제신문] 대나무 중에 최고로 치는 ‘모죽’은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싹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어느 날 손가락만 한 죽순이 돋아나 주성장기인 4월이 되면 갑자기 하루에 80cm씩 쑥쑥 자라기 시작해 30m까지 자란다.


이에 의문을 품은 식물학자들이 땅을 파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가 10리가 넘도록 땅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마치 물이 끓기까지 변화 없는 모습을 계속 유지하다가 갑자기 끓기 시작하는 것처럼 모든 사물에는 임계점이 존재하며 여기에 도달하면 폭발적 성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2022년 1월 1일자로 용인시 반도체클러스터 연합비상대책위원회(이하 연합비대위) 제2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한상의 위원장은 ‘모죽’처럼 쑥쑥 자라고 100°C의 물처럼 끓기 시작할 고향 원삼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고 포문을 연다.

 


39년의 공직생활 정년퇴임 후 고향에서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한 한상의 위원장은 고민이 깊다. 식물인 대나무조차도 5년만 뿌리 내려도 그 뿌리가 10리를 넘도록 땅 속 깊숙이 자리 잡는데 하물며 조상대대로 몇 백 년을 원삼면에 뿌리를 두고 살아 온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고향에서 내몰리게 생겼으니 당연히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다.

 
SK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와 죽능리 일대에 약 126만평에 거대한 반도체 공장을 국가적 차원에서 조성한다는 미명하에 수 백 년 동안 삶의 터전인 마을이 SK하이닉스 반도체산업단지 개발에 수용되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해당 지역민들은 국가적 발전을 위해 무조건 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한 위원장은 말한다. “SK가 적기에 사업진행이 추진될 수 있도록 연합비대위가 직접 나서서 55%의 개발동의서도 받아내고, 지장물 조사도 직접 하면서 정당한 보상 위한 내용의 23개항 합의서를 도출했다”며 “현재 착공단계에 있지만 보상금을 찾아가야(보상금 50%의 협의율) 사업이 진행 되는데 현재 20% 진행 상태로 연합비대위가 나서서  SK가 적기에 사업 착공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왔었다”고 말한다.

 
2019년 3월 29일 출범한 용인시반도체클러스터 연합비상대책위원회(이하 연합비대위)는 지난 3년 여간 대기업인 SK, 용인시, 용인일반산업단지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집회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며 조율과 투쟁을 겸했다. 그 결과 SK로부터 23개조항의 합의문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이루어 냈으나 지난해 11월 SK로부터 저평가된 토지보상이 통보(피수용민 요구보상의 50%에 준하는 금액)되면서 다시금 대치 관계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한 위원장은 “피수용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주변시세 미반영된 일방적 평가에 우리들은 분노하는 것이지 무작정의 떼를 쓰는 것은 아니다. SK는 120조 투자공사에 8000억 원(투자금액의 0.6%)으로 토지매입을 한다. 원주민들이 요구하는 보상금액의 50%에 준하는 반 토막 금액으로 생계는 물론이요 생존권과 조상의 근본과 뿌리라 할 수 있는 묘까지 다 잃게 된 상황이다”며 “대기업은 무형에 대한 가치 보상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성토했다.

 
SK는 토지보상을 고향 근처에서조차 터전을 일구고 살 수 없는 금액으로 제시한 것이다. 토지주는 정당한 보상을 받고 고향 근처의 땅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이에 비대위는 피수용인의 재정착을 위해 SK에 토지보상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특별고용에 대한 제안을 한다.


SK는 첫째, 토지 및 건물가격에 대한 직접보상과 둘째, 지역민의 우선 고용권 및 지역민의 물품우선구매의 간접보상과 함께 셋째, 무형의 전통과 역사, 조상에 대한 위로금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보상하라는 것이다.


원삼면에는 16개의 종중이 있는데 종중 토지 25만평에 종중묘지만도 수천 개에 달한다. 묘지의 이전대책만 없는 것뿐 아니라 살아있는 피수용민도 이전대책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공납공구가구는 수용가구 200가구 중 80가구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120여 가구는 이전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우리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고향 인근주변에 수평 이동하여 재정착할 수 있게 농토, 임야, 주택, 조상들 묘지 등 시세에 대한 정당 보상을 원할 뿐이다”며 “국가발전을 위해 그리고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바뀔 지역 발전을 위해, 고향의 과거와 미래를 송두리째 잃어야 하는 사람들의 피눈물을 SK는 부디 외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것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짐승도 이러할 진대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죽하겠는가. 언제나 고향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자 그 자체이기도 하다.

 

기업의 경영활동은 사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사회와 조화를 통해 성장하고 영속할 수 있다. 기업은 사회의 자원을 활용하여 성장한 기업이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경제적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인류의 번영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일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말이다.

 
이 세상에 사람으로 왔으니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답게 ‘배려와 이해’로 서로를 존중하고 살아가는 책임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기업은 사업 이익구조의 대차대조표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꼭 되새겨볼 말이다.

 

 

* 글  : 경기헤드뉴스 성미연 대표기자 

* 사진 :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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