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수원 3.7℃
기상청 제공

칼럼

【기고문】스스로를 목민관이라 칭하는 염태영 수원시장

대통령은 스스로 왕이라 하지 않고 단체장의 권력은 왕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 아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은 조선 500년을 지탱해 왔던 신분제도다. 왕 아래에 있는 백성들의 신분을 지배층인 선비와 농부,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상업에 종사하는 순으로 했다. 조선이 망하는 날까지 이런 신분사상은 한국인의 머리에 깊게 박혀 유지되어 왔다. 가끔 오늘날에도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장사치’라며 낮춰 부르기까지 하는 것은 사농공상의 사상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리고 전문지식인의 직함 뒤에는 사를 붙여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농공상의 신분체계는 갑오경장 이후 거의 무너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럼에도 아직 지배계급인 사(士)를 강조하는 한심한 지방 단체장들도 있다. 지난 민선5기 경기도 관내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이 되었던 일부 사람들은 스스로를 목민관이라 칭하는 것도 모자라 그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목민관 클럽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모임을 만들어 거창하게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를 논의 했다. 그런 사람들 중의 한 명이 염태영 수원시장과 일부 단체장들이다,


목민관은 대표적인 ‘사’그룹에 해당하는 지배계급의 신분이다. 고을 수령이라고도 하지만 백성들과는 다른 신분이었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 목민관이다. 그리고 ‘백성을 기르는 벼슬아치’ 즉 목민관을 임명하는 것은 왕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지방 단체장을 임명하는 것은 왕이 아니라 시민이다. 그들이 스스로를 목민관이라 칭함은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며 선거에 의해 시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스스로를 목민관 즉 하늘의 권력자인 임금에게서 직위를 하사 받았다 하는 것은 시민위에 군림하려한 것과 같다.


또한 철학과 사회의식의 부족에서 발생한 이들의 이런 내면에는 “나는 너희들과는 다르다”는 뿌리 깊은 사농공상의 선민의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다. 대의 민주주의를 망치는 선민의식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적폐이며 하루빨리 청산하여할 대상들이다.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을 왕이라 칭하지 아니하는 21세기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분수를 망각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를 목민관이라 칭하고 그들끼리의 모임인 목민관 클럽을 만드는 행위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파렴치한들의 일탈이다. 이들이 정치하는 세상은 여전히 18세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과의 괴리감은 갈수록 커지고 그들만의 리그에는 시민은 없고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일삼는 무리들만 날뛰는 것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