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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고문】뻔뻔한 어느 시의원의 일갈

공무여행보고서 한 건도 없이 10여 차례 국내외 여행 "기금으로 갔다 왔다. 문제될 것 없다"

【경기경제신문】난지도는 지금은 사라진 유명한 쓰레기장이었다. 난지도가 지금의 난지공원으로 바뀐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그 전에서 서울의 쓰레기가 모이던 하치장이었다. 그래서 난지도는 더러운 곳이 모이는 집합소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동물과는 달리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들이 모여 살면 필수적으로 쓰레기장이 필요하고 또 넘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쓰레기 소각장도 필요하다.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도시일수록 쓰레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한다. 일부 도시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하겠다며 소각봉투에 담지 않은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고 가기도 한다.


수원에서는 지난 2000년 쓰레기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수원 영통구 영통동에 쓰레기 소각장을 만들었다. 마침 당시 영통에 신도시가 들어서는 시점이었다. 신도시와 함께 만들어진 쓰레기소각장은 일부 주민들에게는 매우 불쾌하고 건강에 해로운 시설이었다.

 

그 사람들의 희생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수원시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위해 소각용 봉투 판매 대금 일부를 따로 모아 기금을 조성했다. 만들어진 기금은 소각장 주면 주민들의 건강 체크와 불쾌한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는데 사용하고자 했다.


그런데 수원시의회 일부 시의원은 소각장 주변 시민들을 위한 기금으로 지난 6년간 10여 차례 국내외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은 선진 쓰레기시설 견학이었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 관광에 불과했다.

 

견학보다 관광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금으로 간 영행에 대한 공무여행보고서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기금 또는 세금으로 국내외여행을 다녀오면 반드시 써야하는 공무여행보고서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성실하게 여행을 했다는 일종의 세금계산서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여행만은 꼬박 챙겨 다녀 온 수원시의회의 한 의원은 “부끄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조례에 의해 기금으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하며 오히려 “해외여행이 꼭 뭘 채우러 가는 것 많은 아니다. 거기 가서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말을 했다.


시 의원의 몰상식한 발언은 영통 쓰레기 소각장과 관련해 지난 2008년 주민들과 수원시 간의 재합의한 협의조항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이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인 해석이다. 합의서(협약서) 세부규정 11조에 보면 “‘갑’과‘을’이 협의해 주민지원사업(소득향상, 복리증진 및 육영사업 등)과 관련된 계획조사 및 연구를 위해 국내 및 국외의 사례를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다. 수원시의회 의원은 이 조항에 근거해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이 조항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살펴보면 국내외 여행은 “계획`조사 및 연구를 위하여”라고 되어 있다. 즉 여행을 다녀오면 반드시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6년간 10여 차례의 국내외를 여행하면서 단 한차례의 공부보고서 조차도 없었다는 것은 연구비 횡령과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시민들을 대표해 세금을 지켜야 할 시의원이 오히려 기금을 이용해 관광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수원시가 이 문제에 대해 어설프게 대응하면 모든 시의원의 명예에 먹칠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시의원들은 오늘도 묵묵히 민의를 위해 의원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시의원이 조례나 협약서를 악용해 기금 또는 세금을 자기 돈처럼 써가며 국내외여행을 다녀온 것이 사실이라면 모두 환수해야 함이 마땅하다. 맑은 물을 어지럽히고 있는 원인을 단호하게 거두어내지 못하면 그 피해는 물을 이용하는 시민전체로 확대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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